도화헌 미술관

 


꿈이 사라지는 곳
꿈이 사라지는 곳



                                                                                              황동규




산책길 좌우로 개망초꽃 자욱이 일고

나비들이 못 견디게 팔랑이며 날아다닐 때

못 이룬 꿈들이 눈앞에 나타나

깊은 속앍이 금들을 감춘 화사한 얼굴을 보여줄 때

이룬 꿈 못 이룬 꿈, 모든 꿈이 제비뽑기 꽝이 되는

그런 곳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혹시 고흥반도 끝머리 어느 외딴 언덕자락

바다가 채 안 보이는 바다 가까이

누군가 두어 해 들어 살다 비운 두 반짜리 폐교,

봄이 오면 꽃들이

귀신들처럼 저희끼리 웃다가 지고

여름엔 잡풀들이

교실 바로 앞까지 와서 떠들다 가고

가을 저녁엔 나무들이 이사 가는 사람들처럼

어수선하게 여기 섰다 저기 섰다 하는 곳,

겨울엔 생각 절로 깊어지는 큰 눈 내리지 않고

잔 눈만 오다 말다 하는 곳.



국화차를 다리려다

독주(毒酒)를 꺼내 물에 푸는 밤

창틀 속엔 꿈 대신 보름 막 지난 달이

공연히 밝게 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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